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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요 통찰
비가 내리고 우산살이 펼쳐질 때면, 나는 떠올린다. 그 시절 우리는 우산 하나를 함께 썼다는 것을.
너는 늘 우산을 내 쪽으로 기울였고, 내 어깨는 말랐는데 네 어깨는 흠뻑 젖어 있었다. 나는 진작 그걸 보고 있었고, 진작 너를 내버려두고 있었다. 우산을 똑바로 세우라고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. 우산을 접을 때면 우리는 손발이 척척 맞았다. 너는 살을 모으고 나는 천을 정리하고, 누구 하나 말할 필요도 없이 손놀림이 늘 맞아떨어졌다. 그때는 그게 무슨 기억할 일인가 싶었다. 밥 먹고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는, 하루하루에서 가장 흔한 일부일 뿐이라고 여겼다.
우리는 손을 잡았다. 아무도 보지 않는 길모퉁이에서, 영화가 끝난 뒤의 어둠 속에서. 내 손은 늘 차가웠는데, 너는 손바닥으로 조금씩 그 손을 데워 주었고, 나도 나중엔 네 손가락 마디를 꽉 쥐게 될 만큼 데워 주었다. 그건 내가 한때 가장 확신했던 일이었다. 다음 모퉁이를 돌면 네 손이 다시 내 손을 잡을 거라고, 마치 한 번도 놓은 적이 없다는 듯이.
기억한다, 네가 웃을 때의 낮은 목소리를. 누가 들을까 봐 그러는 것처럼, 오직 내 귓가에만 속삭이던 목소리를. 비 오는 날이면 네가 먼저 내 가방에 우산을 챙겨 넣고 정작 너는 자주 두고 오던 것도 기억한다. 내 옷깃을 조용히 매만져 주던 모습도 기억한다. 아주 가벼운 손길이 목덜미를 스쳐 갔지만, 우리 둘 다 모른 척했다. 네가 내 옆을 걸을 때 일부러 반걸음 늦추던 것도 기억한다. 우리 어깨가 늘 얼마큼은 떨어져 있게 하려고, 그게 꾸민 일인지 습관인지는 알 수 없는 거리만큼. 늦은 밤 네가 보낸 아주 짧은 한마디도 기억한다. 고작 “도착했어?”였는데, 나는 그걸 몇 번이고 되씹으며 수많은 뜻을 읽어 냈다.
그 시절 우리는 수많은 장마를 함께 걸어 지나 보냈다. 장맛비 속을 함께 서둘러 걷고, 태풍 부는 날 함께 등불 하나를 지키고, 서로의 생일을 자기 생일보다 더 또렷하게 외우고. 너는 말수가 적었지만, 나는 조금씩 익혔다. 네가 우산을 접는 힘의 세기에서, 물건을 건넬 때 반 박자 더 머무는 손에서, 말을 삼킬 때 꿀렁이는 목울대에서, 네가 하지 못한 마음을 읽어 내는 법을. 네 속을 이만큼이나 꿰뚫어 보면 너를 붙잡아 둘 수 있으리라 여겼다.
날이 계속 이럴 거라고, 굳이 기억할 필요도 없이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.
그러다 우리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잇달아 밀려와, 우리를 서로의 삶에서 억지로 떼어 놓았다. 제대로 마무리된 이별도 없었다. 끝내 다 하지 못한 그 한마디조차 없었다. 손바닥엔 아직 서로의 온기가 남아 있는데, 사람은 이미 제각기 멀리 걸어가 버렸다.
이제 혼자 우산을 펼쳐 보니 알겠다. 두 사람의 호흡은 한 사람이 빠지는 순간 이야기할 것도 없다는 걸. 너는 살을 모으고 나는 천을 정리하던 그 분업을, 이제는 혼자서 어설프게 처음부터 배워 가고 있다. 아무리 접어도 그 살 틈은 가지런해지지 않는다. 한때 네 손으로 데워졌다가 이제는 완전히 식어 버린 그 틈이. 마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. 그렇게나 진짜 같던 나날이 어떻게 말없이, 그냥 사라져 버릴 수 있었는지.
가끔 생각한다. 우리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. 다만 그 우산을 끝까지 펼쳐 들고 있을 수 있도록, 허락받지 못했을 뿐이라고.
지금도 비는 그치지 않는다. 나는 우산살을 하나하나 펴 내린다. 마치 되돌릴 수 없으면서도 끝내 평평해지지 않는 기억을 펴 내리는 것처럼. 손끝이 살 틈마다 스쳐 갈 때마다, 우리가 함께 비를 맞던 그 날들을 다시 한 번 걸어 지나는 셈이다.
분명히 손에 쥐었던 온기인데, 이제는 비를 거듭 건너야만 아득히 너를 떠올릴 수 있다. 그리고 나는 아마 오랜 세월, 수많은 비를 지나며, 이 일을 천천히 잘 접어 두는 법을 배워 가겠지.
비가 내리고 우산살이 펼쳐질 때면, 나는 떠올린다. 그 시절 우리는 우산 하나를 함께 썼다는 것을.
너는 늘 우산을 내 쪽으로 기울였고, 내 어깨는 말랐는데 네 어깨는 흠뻑 젖어 있었다. 나는 진작 그걸 보고 있었고, 진작 너를 내버려두고 있었다. 우산을 똑바로 세우라고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. 우산을 접을 때면 우리는 손발이 척척 맞았다. 너는 살을 모으고 나는 천을 정리하고, 누구 하나 말할 필요도 없이 손놀림이 늘 맞아떨어졌다. 그때는 그게 무슨 기억할 일인가 싶었다. 밥 먹고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는, 하루하루에서 가장 흔한 일부일 뿐이라고 여겼다.
우리는 손을 잡았다. 아무도 보지 않는 길모퉁이에서, 영화가 끝난 뒤의 어둠 속에서. 내 손은 늘 차가웠는데, 너는 손바닥으로 조금씩 그 손을 데워 주었고, 나도 나중엔 네 손가락 마디를 꽉 쥐게 될 만큼 데워 주었다. 그건 내가 한때 가장 확신했던 일이었다. 다음 모퉁이를 돌면 네 손이 다시 내 손을 잡을 거라고, 마치 한 번도 놓은 적이 없다는 듯이.
기억한다, 네가 웃을 때의 낮은 목소리를. 누가 들을까 봐 그러는 것처럼, 오직 내 귓가에만 속삭이던 목소리를. 비 오는 날이면 네가 먼저 내 가방에 우산을 챙겨 넣고 정작 너는 자주 두고 오던 것도 기억한다. 내 옷깃을 조용히 매만져 주던 모습도 기억한다. 아주 가벼운 손길이 목덜미를 스쳐 갔지만, 우리 둘 다 모른 척했다. 네가 내 옆을 걸을 때 일부러 반걸음 늦추던 것도 기억한다. 우리 어깨가 늘 얼마큼은 떨어져 있게 하려고, 그게 꾸민 일인지 습관인지는 알 수 없는 거리만큼. 늦은 밤 네가 보낸 아주 짧은 한마디도 기억한다. 고작 “도착했어?”였는데, 나는 그걸 몇 번이고 되씹으며 수많은 뜻을 읽어 냈다.
그 시절 우리는 수많은 장마를 함께 걸어 지나 보냈다. 장맛비 속을 함께 서둘러 걷고, 태풍 부는 날 함께 등불 하나를 지키고, 서로의 생일을 자기 생일보다 더 또렷하게 외우고. 너는 말수가 적었지만, 나는 조금씩 익혔다. 네가 우산을 접는 힘의 세기에서, 물건을 건넬 때 반 박자 더 머무는 손에서, 말을 삼킬 때 꿀렁이는 목울대에서, 네가 하지 못한 마음을 읽어 내는 법을. 네 속을 이만큼이나 꿰뚫어 보면 너를 붙잡아 둘 수 있으리라 여겼다.
날이 계속 이럴 거라고, 굳이 기억할 필요도 없이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.
그러다 우리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잇달아 밀려와, 우리를 서로의 삶에서 억지로 떼어 놓았다. 제대로 마무리된 이별도 없었다. 끝내 다 하지 못한 그 한마디조차 없었다. 손바닥엔 아직 서로의 온기가 남아 있는데, 사람은 이미 제각기 멀리 걸어가 버렸다.
이제 혼자 우산을 펼쳐 보니 알겠다. 두 사람의 호흡은 한 사람이 빠지는 순간 이야기할 것도 없다는 걸. 너는 살을 모으고 나는 천을 정리하던 그 분업을, 이제는 혼자서 어설프게 처음부터 배워 가고 있다. 아무리 접어도 그 살 틈은 가지런해지지 않는다. 한때 네 손으로 데워졌다가 이제는 완전히 식어 버린 그 틈이. 마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. 그렇게나 진짜 같던 나날이 어떻게 말없이, 그냥 사라져 버릴 수 있었는지.
가끔 생각한다. 우리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. 다만 그 우산을 끝까지 펼쳐 들고 있을 수 있도록, 허락받지 못했을 뿐이라고.
지금도 비는 그치지 않는다. 나는 우산살을 하나하나 펴 내린다. 마치 되돌릴 수 없으면서도 끝내 평평해지지 않는 기억을 펴 내리는 것처럼. 손끝이 살 틈마다 스쳐 갈 때마다, 우리가 함께 비를 맞던 그 날들을 다시 한 번 걸어 지나는 셈이다.
분명히 손에 쥐었던 온기인데, 이제는 비를 거듭 건너야만 아득히 너를 떠올릴 수 있다. 그리고 나는 아마 오랜 세월, 수많은 비를 지나며, 이 일을 천천히 잘 접어 두는 법을 배워 가겠지.